당신을 위한 천사 2010. 5. 25. 10:24

 

처음 만화를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2~3학년때 쯤 언니가 빌려온 만화 "프렌드 프렌드"였다

시골에서 올라온 소녀가 처음 교실에서 선생님인척 하면서 아이들을 놀려먹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만화는 당시 배경이 미국이었고, 걍 시골서 올라온 소녀가 아니라 호텔 사장 딸이며 수재이며

운동광이며 못하는 게 없는 만능소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쌍동이로 태어난 언니가 있었고, 어렸을때부터 몸이 약했던 언니를 위해

부모는 여주를 친정에 맡겨두고 언니만 키우다가 언니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마지막이라도 함께 살아보고자 여주를 도시로 다시 부른 것이었다

 

이것만 보면 참 안타까운 사연인데 우리의 여주인공은 이런 어두운 사실에도 굴하지 않고

연신 밝은 미소를 보여주는데 어느날, 미술반 선배가 자신을 모델로 그린 어두운 표정의 그림을 보게 된다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고뇌를 들켜 버린 여주인공

그리고 곧 그 고뇌를 알아챈 미술반 선배에게 빠져버린 여주인공

 

하지만 우연히 여주의 집에서 쌍동이 언니와 마주친 미술반 선배는 쌍동이 언니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결국  여주의 가슴을 아프게 한채 언니와 약혼한다

대략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프렌드 프렌드"의 내용인데 그 후에는 더 이상 보질 못했다

 

하지만 90년대에 남녀공학이란 제목으로 다시 출판된 것을 알고 읽었는데

그 내용이 단순한 학창시절의 모습을 그린 것만은 아니어서 나름 충격적이었다.

언니가 죽고 난후 엄마가 살짝 정신줄을 놔 버리는 모습,

친한 여자친구가 모임에 나가려다 공원으로 끌려가 성폭행 당하는 모습

(이 장면에선 너무 충격이었다. 일본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소녀만화에 이런 장면들까지 넣다니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삭제되었을 장면인데....)

여주가 좋아했던 남주가 산에서 동사하는 등

삶의 우여곡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만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