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피오렌티나
드뎌 읽었습니다
98년즈음 해적판으로 처음 '순백의 피오렌'을 접한뒤 그 뒤 정식판이 나왔을때 13권까지 보고 못 본지 거의 7~8년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여자 주인공이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당시에는 여자가 화가가 되기 힘든 시기라는 사실에 절망하지만 후견인 만나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 주요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정말 재밌더군요
사실 그 7~8년에 시간동안 전 이탈리아에 여행도 2번을 더 다녀왔고 시오노 나나미의 책도 즐겨 읽는 편이라 이탈리아에 대해 좀 알게 되었는데 만화를 통해 더 친숙하게 접하게 됐습니다. 만화를 읽는 동안 다시 이탈리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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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성모님을 그리는 15살이 피오렌티나
그녀는 자신을 50대의 남자에게 시집보내려하자 아르노 강가에 성모님을 그린 뒤 강에 뛰어들게 되는데
이때 그녀를 구해준 멋진 남자 알폰소
피렌체의 대상인 알폰소는 그녀의 그림솜씨에 놀라면서도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부모에게 데려다 주는데
그날은 하필 피오렌티나의 결혼식! 이미 결혼식은 끝났고 신랑이 될 뻔한 사람은 사기 결혼이라고 피오렌티나의 부모에게
지참금의 2배를 위자료로 요구하는데 그런 돈이 있을리 없다는 사실에 피오렌티나를 창녀로 팔아버리려고 합니다
여자가 화가가 될 수도 없는 사회에서 오직 그림그리는 것이 소원이었던 피오렌티나에게 청청벽력같은 현실이 닥치는데
이때 기사처럼 알폰소가 위자료를 돌려주며 피오렌티나의 부모에게도 돈을 준 뒤 두번다시는 그녀를 찾지 말라고 소리치며
피오렌티나를 구해줍니다
알폰소의 집에서 살게 된 피오렌티나
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기에 알폰소의 요구대로 머리를 자르고 남장을 하면서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라파엘로의 공방에서 그림을 배우는데 글을 읽지 못하는 그녀에게 글을 가르치며, 그녀가 멋진 화가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알폰소에게
어느 순간 고마움이 사랑으로 변해갑니다
하지만 알폰소에게는 이미 '마그다레나'라는 멋진 약혼녀가 있고 자신은 감히 알폰소를 쳐다볼 수 없다며 열심히 그림공부에 매진하는데,,,알폰소를 통해 그녀가 만난 또 한명의 거장은 바로 미켈란젤로
성격이 괴팍한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여자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한 도전장으로 "성가족"을 그리고 그 작품을 본 피오렌티나는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느끼면서도 절망하기보다는 그림을 더 그리고 싶다는 욕망에 불타며 점점 실력을 쌓게 됩니다
어느순간 라파엘로도, 미켈란젤로도 그녀의 멋진 스승님이자 벗이 되고 알폰소는 그녀를 화가로 데뷔시키기 위해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중에 이사벨라 데스데와 루크레치아 보르자를 만나 그녀들의 초상화를 그려 명성을 알리게 된 피오렌티나는 베니스에서
티치아노를 만나 그와 내기를 합니다
티치아노는 여자가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그녀와의 내기에서 이겨 그녀에게 붓을 꺾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우연히 그녀의 그림을 보게 된 후 그녀가 자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위대한 화가란 사실에 절망하다가 오히려 피오렌티나의 도움으로 산 마르코 광장에 멋진 성모님을 함께 그리게 되고 동반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베니스인들에게 환호를 받을 때 알폰소에게 날아든 비보
피렌체에서의 그의 정체가 들통나서 자객이 그를 암살할 거라는 내용입니다
알폰소의 정체는 바로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메디치가의 서자
그는 호화왕으로 불리운 로렌초 데 메디치의 서자였고 그가 죽은 뒤 이복형이자 현 추기경인 조반디 데 메디치를 만나 피렌체의 거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조반니 데 메디치가 바로 약혼녀로 행세하는 마그다레나였는데 그는 알폰소를 스파이로 피렌체에 남겨둔 뒤 여장을 하며 알폰소를 만나왔고 그들의 목표는 바로 메디치가의 부흥입니다.
자신의 품안에서 화가로 성장해가며 날마다 아름다워지는 피오렌티나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는 내색하지 않으며 가슴졸이는데
이제 더 이상 피렌체로 돌아갈 수 없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는 알폰소
때마침 교황에게 소개된 피오렌티나는 교황의 수양딸이 되고(이 부분은 좀 NG더군요. 넘 신분상승 시켜줬어요), 둘은 파티가 있던 날밤에 서로 사랑을 고백하며 연인이 되는데 행복도 잠시, 피렌체로부터 계속되는 암살을 피해 알폰소는 이탈리아를 떠납니다.
연인을 보내고 슬픈 피오렌티나, 하지만 알폰소와의 약속대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녀만의 수태고지를 그려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이 중엔 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다는 심술궂은 브라만테 또한 포함되어 있어요. 하지만 당시 교황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볼로냐의 자객들이 화실에 불을 질러서 그림은 공개되기 전에 불타버립니다
(참, 이 대목에선 웃을 수 밖에 없더군요. 피오렌티나의 수태고지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니 그냥 태워버리면 되는 겁니다. 현존했던 그림도 아니니 ㅋㅋ)
그림이 불탔지만 다시 교황에게 새로운 그림을 그려도 된다는 허가를 받는 피오렌티나
이번엔 성모자를 그리기로 하는데 그녀의 그림을 보지 못한 미켈란젤로는 어느날, 라파엘로가 그린 피오렌티나의 수태고지의 모사본을 본 뒤 교황이 요구한 천장화를 그리기로 결심합니다. 괴팍한 성격답게 피오렌티나에게는 '거장이란 이런 것이다'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과 함께 그녀의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불타오른겁니다.
요렇게 해서 탄생된 작품이 바로 천지창조(물론 이런 이유로 탄생된 그림이 아니지만 작가가 참 적절히 끼워맞췄더군요)
교황이 볼로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모든 추기경들도 전쟁에 동반되고 로마에 피오렌티나 홀로 남게되자 더 이상 망명을 하기 어려운 알폰소는 몰래 입항하여 피오렌티나를 만나게 되는데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피렌체의 행정관이 피오렌티나를 찾아오고 피오렌티나는 알폰소가 로마에 있는 동안 햇빛아래 걸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그에게 떠날 것을 요구합니다
괴롭지만 서로 헤어져야 안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함께 밤을 보내고 피오렌티나를 교황청으로 보낸 뒤 알폰소는
상인답게 흥정을 하러 교황을 찾아가고 전쟁에서 이기게 해주면 피오렌티나곁에 있게 해 달라고 합니다
전쟁에 뛰어들어 상인다운 지략을 발휘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 즈음 신성로마제국의 칼 황태자가 피오렌티나에게 정식 청혼을 하고 교황은 피렌체의 수배자인 알폰소보다는 자신이 죽고 난 후라도 피오렌티나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줄 칼 황태자에게로 마음이 가고 알폰소에게 떠날것을, 피오렌티나에게는 칼 황태자와 결혼하라고 합니다.
알폰소가 자신에게 말도 없이 떠났다는 사실에 교황청을 나와 알폰소의 아지트로 몰래 숨어들어간 피오렌티나
그리고 피오렌티나를 쫓아간 칼 황태자, 그는 피오렌티나의 마음을 자신에게 돌리려면 알폰소가 죽는 것을 직접 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군사를 끌고 갔다가 알폰소와 1:1 대결에서 지게 되고, 교황은 맘을 돌려 둘의 결혼을 허락합니다
하지만 알폰소가 피렌체의 수배자이기에 몰래 결혼식을 할 수 밖에 없던 두 사람
그리고 알폰소가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피오렌티나가 심혈을 기울려 그린 세번째 작품인 "마리아의 일생"이 드뎌 완성되는데
십자가에 못박혔던 예수님을 품에 안은 마리아의 모습을 조반니의 얼굴로, 그리고 예수님은 미켈란젤로로 그립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 다 적지 못햇는데 이 책에서 조반니와 미켈란젤로가 사랑하는 사이로 나와요. 미켈란젤로의 독신이 이해가 되게끔 구성했더군요. 실제는 물론 아니겠지만 ^^;; )
회화로서 많은 이들을 감동시킨 피오렌티나, 드뎌 메디치가는 피렌체에서 복권되어 다시 피렌체를 다스리게 되고, 교황이 죽은 뒤
조반니는 새로운 교황 레오 10세가 됩니다. (면죄부 판매로 아주 유명한 인물입죠. 만화에선 여자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만 실물은 흠흠...)
피오렌티나와 알폰소는 배를 타며 무역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피오렌티나는 양아버지였던 교황 율리우스 2세를 그리워하며 성당이나 교회마다 성모자를 그려주며 알폰소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입니다
23권이나 되어서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세세한 건 다 적을 수가 없었어요
다빈치와의 만남을 통해 모나리자가 다시 그려지게 된 얘기, 루크레치아 보르자와의 에피소드나 티치아노와의 만남, 칼 황태자와의 스토리, 그리고 조반니와 미켈란젤로와의 애정(?), 라파엘로와의 따뜻한 인연등...여자는 화가가 될 수 없다는, 아니 여자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는 시기를 살면서 여자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따뜻한 만화면서 르네상스 시기의 인물들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고 주요 회화들을 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탈리아 여행을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아주 유익한 만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