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이야기/2000년대 만화

후지와라 아키라의 <다이아몬드 라이프>

당신을 위한 천사 2016. 4. 29. 11:45

남주 호리호리하고 창백한 듯 하얀 얼굴...그리고 명석한 두뇌로 26세에 이미 300억엔에 달하는 재벌남

성격 까칠한 면이 있고, 청소같은 거 하기 싫어하고, 감기에도 호들갑을 떨고, 회사에선 부실기업 사들여 비싸게 팔아버려 "사신"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돈으로 해결하는 스타일


여주, 찢어지게 가난해요.

남주의 회사에 청소부로 일하고 아무리 가난해도 자존심만은 버릴 수 없는 우리의 여주는 꿋꿋히 살아가고자 합니다

파트타임으로 가정부로 들어가는데 그 집이 남주의 집.

쓰레기같은 남주의 집을 청소하게 되고, 우연히 남주가 그의 동업자에게 여주에 대해 "돈을 줘도 그런 여자는 싫어"라는 말을 듣고

자존심 상해 하지만 어느 순간 남주에게 빠져듭니다.

---------> 여기까지 읽으니 그냥 평범한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반전이 있었어요. 어제 밤에 운동가는 것도 포기하고 끝까지 읽었는데 좀 감동스럽더군요

남주 하루키는 17살때 여자친구?에게서 HIV에 감염이 됩니다 (전 이때까지 HIV=AIDS인줄 알았네요)

마치 그가 지저분한 성생활을 한 거처럼 비춰지며 가족도, 친구도 모두 그를 따돌리게 되고 수재였지만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항 HIV 약품 부작용으로 고생하며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머리도 하룻밤새 하얗게 변해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 하루키에게 술집 바텐더(현재 동업자)가 10년후엔 더 좋은 약이 나올수 있다며 그에게 희망을 주고 남주의 두뇌와 바텐더의 두뇌를 합쳐 오늘의 기업을 일궈 나간겁니다.


하루키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주(어제 읽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질 않네요 ㅜㅜ)를 떼어내지만 그가 인수한 기업의 사장으로부터 칼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나며 여주에게 자신이 HIV 감염자란 사실을 알리게 됩니다.

우리의 여주는 그런 그를 떠나지 않고 하루키도 여주를 받아들여요.

사랑한다면 그 남자의 아픔까지 감싸줘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HIV 따윈 두렵지 않은 그녀

처음 둘이 사랑을 나눌때 남주는 울컥합니다.

"두번 다시 사랑하는 여자와 사랑을 나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란 하루키의 말을 듣는 순간 저도 울컥해졌어요.


자신이 HIV란 사실을 알고 난 후론 어떤 생활도 정상적이지 못했겠죠?

그런 하루키를 따뜻히 감싸는 여주를 보면서 만화니까 가능하겠지. 나라면 과연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 만화가들은 우리가 선뜻 주제로 다룰 수 없는 소재들을 과감히 다루며 따뜻한 결말을 만들 수 있는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거 같더군요.


작가가 후지와라 아키라인데요, 이 사람 작품을 <서툴러도 잘 살고 있습니다>를 보고 난 뒤 이 작품을 봤어요.

이 작가분이 주로 오피스물로 19금+개그컷 위주로 그리는 듯 한데 이 작품은 조금 차원이 달랐어요.

문란한 성생활과 관계없이 수혈등으로 감염자가 된 사람들에게도 우리들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그들을 피하려 하잖아요?

이 작품을 보고 나니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더군요. 아주 인간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작품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