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Tokyo

도쿄(1)

당신을 위한 천사 2006. 5. 27. 10:46
 

덜컹거리는 기차소리, 휘몰아치는 비바람소리에 선잠이 깼다.
태풍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보니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4년전에도 일본에 왔을 때 태풍이 치더니 이번에도 역시!!
여름에 일본여행을 하게 되면 태풍은 피할 수 없나보다.
결국 태풍때문에 삿포로역에서 어제 저녁 10시에 출발, 5시 35분에 아오모리에 도착하기로 예정

되어 있었던 야간열차는 2시간이나 연착할 수 밖에 없었다. 7시 35분경 하치노에에 도착하여 열차를

센다이로 가는 열차를 갈아타고 다시 1시간을 달려 8시 55분 경 도쿄로 가는 신칸센에 탑승하였다.


 

신칸센은 예약이 필수였는데 우리가 일본 도착해서 바로 예약한 기차는 이미 떠났기에 우리는

신칸센에서 이리저리 쫓겨다니기도 하고, 기차 바닥에 앉아서 도쿄까지 가야했다.
이 신칸센에는 태풍때문에 야간열차가 연착하여 기차를 놓친 수많은 배낭족들이 함께 했고, 우린

그야말로 처량한 신세를 경험하게 되었다.

아니, 일본서 너무 편하게 여행을 해왔기에 더욱 처량한 기분이 든 것일까?

12시경에 됴쿄 우에노역에 도착하여 짐을 락커에 넣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행히 도쿄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는지 무지 쨍쨍했고, 역에 내리자마자 열기가 느껴졌다.
점심을 우에노역 안에 있는 우동집에 가서 먹으려 했지만 너무 줄이 길어서 역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갔는데 카레라이스가 840엔, 김치까지 시키니 점심값으로 만원은 그냥 사라졌다. 쩝
비싼 점심을 먹고 난 후 우에노공원으로 들어갔는데 여기도 역시 공원은 거대하기 이를데 없다.
공원을 걸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신사로 모신다는 토쇼쿠 신사까지 갔다오자 지키기 시작했다.
밤새 너구리 소굴과 같은 야간열차에서 잠도 자질 못했고, 이어서 기 차의 연착으로 입석으로

도쿄까지 왔기에 피곤함이 몰려오고 머리마저 지끈거렸다.


일행은 만장일치로 민박집에 가서 먼저 쉬기로 하였다. 공원에서 전화를 걸었더니 반갑게도

우리나라 사람이 받았다. 그것도 경상도 사투리로,,,대충 약도를 듣고 찾아간 곳은 2층집이지만

일본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집이다.
나는 어릴적 기억이 하나둘씩 나기 시작했다.
내 어릴적 우리 동네에는 이런 류의 일본집이 제법 있었다.
그때에는 일본식 집이란 것도 몰랐었지만...
이곳에 와 있으니 마치 내가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민박집에서 대충 짐을 꾸리고 씻고나자 '시간이 부족해! 여기서 쉬고 있을 시간없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가 하라주쿠와 가까운 곳이었기에 하라주쿠 일대를 돌기로 하고 민박집을

나섰다. 그 뜨거운 열기,,,홋카이도의 선선한 기후가 그립다.
하라주쿠역 바로 옆에 메이지진구가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갔는데 역시 공원과 이어진

메이지진구의 거대함에 입이 쩌~억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메이지유신으로 왕정복고가 이뤄지고 강한 왕권을 가졌던 메이지왕, 바로 일제 침략의 원흉이기도

한 메이지왕!


 

우리에겐 미울 수 밖에 없는 그에 대해 화가 난다.

이렇게 거대한 신궁속에 보호받고 있는 것에도 화가 남과 동시에 신궁에서 느껴지는 엄숙함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입구에서 이미 사람을 압도하는 도리를 지나 신궁으로 들어가니 나마저 메이지왕을 참배해야 할 듯한

분위기이다. 한일간의 관계가 삼국시대처럼 서로 문물을 전해주는 관계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불행히도 역사는 나로 하여금 거대한 건축물앞에서도 주관적이게 만들고 있다.

 

오후 5시로 가까워지니 해가 지기 전에 강한 햇살을 신궁가득히 보내주고 있다. 잠시 그곳에 앉아

아픈 다리를 쉬엇다가 5시경 메이지신궁 맞은편에 있는 스누피타운으로 들어섰다.

온통 스누피들이 가득한 그 가게에서 스누피가 일본 캐릭터였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곳을 나와 타케시타도리를 따라 도로구경을 하며 걸어가 찾아간 곳은 BOOK OFF!

 

삿포로에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돌아왔던 기억을 되살리며 나는 뱁스와 함께 후다닥 그곳으로

들어가 만화사냥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건진것이 쓰리 호화판 전권과 마이코의 시 1,2편을 샀다. 음하하하~

비록 일본어를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다행히 볼 수 있지 않은가?

책을 들고 숙소에 두고 7시경 신주쿠로 이동하였다

 

일본의 전통적인 예술인 가부키를 공연하는 가부키좌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다녔는데 웬걸?

가도가도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만 가득하다

결국 가게에 가서 물어보니...흐흑 여기는 가부키쵸란다. 말이 비슷하여 처음부터 잘못알고 찾아온

것이다. 카부키쵸는 도쿄에서도 유명한 환락거리란다.

눈물을 머금고 도쿄의 야경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NS빌딩으로 갔다. 입구로 들어서니 거대한

시계가 보인다.

 

거대한 시계와 공중다리를 구경한 뒤 도청사로 이동하였다. 도쿄의 전망대에서 보는 야경이

유명하길래 올라가서 봣는데 이곳에서 바라본 도쿄 야경은 정말 백만불짜리 야경이었다.

황홀해하며 야경을 보다가 9시경 숙소로 이동하였고 라면을 먹고 취침하였다.

아~ 피곤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