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르네상스에 연재되었던 오경아님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오경아님이 그리는 회화적이고 약간 신비스러우면서도
슬픈 분위기의 그림체를 참 좋아하는데 그중 단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이다.
모리스 라벨이 에드몽 드 폴리냑 공작부인을 위하여 작곡해서 그녀에서 헌정한 곡으로
어느 젊은 왕녀의 초상화를 보면서 작곡한 곡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와 동제목인 이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제목은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로 바뀌었다.
작품의 주 내용은 영화 "제니의 초상"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작가는 간혹 표절작가로 오인받기도
하지만 만화의 주제는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특유의 분위기로 시간을 초월하는 아련한 사랑의 기억...
르네상스에 연재된 작품을 본 후 거의 10년이 훨씬 지났고 다시 만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이 작품은 너무도 내겐 간절한 작품이 되었고 결국 내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만화가게가 존재할 때 지하 만화방에 앉아서 르네상스가 출간되기만을 기다리면 매달 새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읽었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
주인공 이밀은 이름없는 젊은 화가.
어느 날 공원에서 어린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을 화구상에 갖다줬는데 그 마을 유지인 랜스버트가의 나이든 주인이 그 그림을 사고 싶어하며
앞으로도 소녀에 관한 그림을 계속 그려달라고 한다.
이밀은 그 신비한 느낌의 소녀를 간혹 만나는데 만날때마다 소녀는 조금씩 자라있었으며
어느 순간 완전한 숙녀가 되어 있다.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그녀의 이름이 "유훼미아"란 것과 그녀에게 쌍동이 오빠인 "제롬(제이리)"이 있으며
그녀가 랜스버트가의 사람인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제롬이 자신을 아주 싫어한다는 사실도....
하지만 이 남매는 현재 랜스버트가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고 몇십년 전에 랜스버트가의 화재사건으로 죽은 상속자 쌍동이 남매이다.
유훼미아에겐 사랑을, 제롬에겐 거부감과 함께 동질감을, 그리고 랜스버트 주인에게서 이상한 의혹을 느끼며 이밀은 점점 미궁의 랜스버트가의 화재사건으로 빠져든다.
오래전, 제롬과 유훼미아의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욕심많은 삼촌이 랜스버트가로 들어오는데 그에겐 제롬 또래의 아들(현재의 주인)이 있었다.
그는 곧 유훼미아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랜스버트가 집사의 손자 이밀이었고, 그래서 그는 이밀을 무척 싫어한다.
이밀을 싫어하는 또 한사람은 제롬인데 그 이유는 이밀과 제롬은 이복형제였기 때문이다.
(이밀은 랜스버트가의 사생아였던 것이다)
그는 유훼미아에게 쌍동이로서의 밀착감과 애정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배다른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이밀을 싫어했던 것이다.
제롬의 사촌은 사랑하는 유훼미아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고 싶지만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제롬이 너무 싫었고 결국 화재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 화재로 남매는 죽는다.
화재의 범인으로 이밀이 지명되자 이밀은 곧 행방을 감추었으며, 랜스버트가는 제롬의 삼촌이 상속자가 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제롬의 사촌은 사랑하는 유훼미아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평생을 독신으로 음울하게 살아가다가 어느날 현재의 이밀의 그린 유훼미아의 초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전생의 기억을 기억해낸 이밀...
급히 랜스버트가로 간다.
그곳엔 랜스버트의 노인이 유훼미아의 초상화를 보며 권총을 들고 이밀을 기다리고 있다.
전생의 결말을 위해....(사실, 이 노인에게는 전생이 아니다. 젊은 날의 기억)
이밀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순간,
초상화에서 뛰쳐나온 유훼미아가 이밀을 덮치고 총알은 그녀를 관통한다.
너무나 충격을 받은 이밀,,,사랑하는 유훼미아를 또다시 잃게 되다니...
하지만 이밀을 지킬 수 있어서 행복한 유훼미아는 사랑한다는 말과 당신을 기다렸다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어느 순간 이밀의 뒤에 서 있는 제롬...
그는 전생에선 사촌에게 맥없이 당했지만 이번에는 그에게 죄값을 치루게 하고(사촌은 제롬의 눈앞에서
자살한다) 유훼미아와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마지막 떠나는 제롬의 눈에는 예전과 같은 적대감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다시 랜스버트가에는 불이 번지고, 모든 것을 잿더미가 된다.
마지막 엔딩은 도시를 떠나는 이밀과....너무 늦었지만 이밀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하숙집 딸이 독백이 이어진다.
20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