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치 스즈에의 유리가면(ガラスの假面) 정식 문고판, 일본에서 76년 白泉社 출판
고전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나는 초등때 고학년이 되어서야 읽었는데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당시 나는 이런 그림체를 싫어했던 게 아닐까?
한참 마리벨, 푸른눈의 챠미, 사랑의 프리마돈나 등을 보던 시기였으니...
아무튼 아마 초등 5~6학년 여름무렵 처음 보기 시작했는데
만화방에서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읽어댔던 기억이 난다.
정말 한번 빠져드니까 나올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흑나비란 제목의 해적판으로 봤었는데
신유미가 눈이 머는 장면까지 본 것 같다.
그런데 2003년에 다시본 정식 애장판에는
민용식의 약혼식이 마지막 엔딩이어서 무척 혼란스러웠다.
어렸을 때의 내 기억이 이상한 것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작가 미우치 스즈에는 유리가면 후반으로 갈수록
성의없이 그림을 그렸댔고 결국 본인도 맘에 들지 않아서
후반 분량의 만화를 다시 그리겠노라 한 뒤 더 이상 출판하지 않은 것이다.
잡지에 연재된 당시 그 후반부를 우리나라에선
해적판으로 출판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우리나라는...정말 반성해야 한다.
2004년에 유리가면 연구회라는 이상한 곳에서 발간한
유리가면 2부를 거금을 들여 덜컥 사고 말았다.
이 부분이 바로 어렸을 때 내가 보았던 후반부라
반갑긴 했지만 정말 그림은 엉망이었다.
작가 스스로 더이상 출판하지 않으려고 했던 심정 이해한다.
그리고 다시 일본서 거의 30여년만에 유리가면 42권이 풀판되었다.
하지만 영 옛날 그 맛이 아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딴 것 같다고나 할까...
감정이입이 전혀 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