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이야기/80년대 만화

푸른 산호초

당신을 위한 천사 2006. 6. 22. 08:46

                                                                                                                                 

      

 

     91년도 재판된 하이센스판 푸른 산호초와 원본인 우에하라 기미코<감나무가 있는 집>

 

  

아마도 중학교 시절에 읽었던 것 같다.

당시는 정말 김영숙의 만화세계가 지배하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황미나님의 만화는 불새의 늪과 방랑의 광시곡을 시작으로 점점 어둡고, 시대의 아픔을 얘기하는 만화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읽기에는 점점 힘들어져 갔다. (내 경우 ^^;)

이 무렵 김영숙은 휘파람, 바람꽃, 청춘캠퍼스, 갈채, 푸른 산호초, 파란미소, 물망초 등 연신 홈런을 터뜨리며 소녀들을 울게하고, 웃게하기도 했던 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겠지?


하지만 왠지 그닥 끌리지 않는 책이기도 했다.

분명 예전에 볼때는 재밌게 봤는데 다시 만화를 모으기 시작할때 김영숙 만화는 몇몇 만화를 빼고는 내용이 엉성과 그림체의 허접들이 나를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푸른 산호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우에하라 기미코 걸작선 중 원본 <감나무가 있는 집>을 사고 나서부터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구하기 싶지 않아서 거의 포기상태에서 구하게 된 귀한책인데 다시 읽고 놀랠 수 밖에 없었다.


푸른 산호초의 전반은 우에하라 기미코의 단편 <그 아가씨의 하트는 누구꺼?>를 베낀 것이고, 중후반은 <감나무가 있는 집>을 베끼고 엔당은 <모래성>의 마지막을 베꼈다고 한다.

말로만 듣고 원본을 보니 정말 그랬다.

근데 이번에 무엇보다 놀랬던 건 푸른 산호초에서도 쟈넷이 폭력단으로부터 집단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왜 예전엔 이걸 전혀 몰랐을까?

다시 읽으면서 넘 충격이었다.

어렸을 때 쟈넷의 임신도 나름 충격이었는데 이런 장면이 있을거라곤 생각질 못했다.

 

까페에 가입한 후 <감나무가 있는 집> 줄거리를 읽으며 아~ 원본의 이런 내용(오토메의 집단성폭행)을 우리나라 정서상 김영숙이 잘 피해갔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암튼 충격이었다.

원본과 비교하며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원본의 내용이 더 슬프다.

푸른 산호초는 하트가 피아니스트로 성공하지만 자넷이 심장이상으로 죽고 혼자남은 하트가 자넷의 딸을 홀로 키우는 엔딩이고, 감나무는 오토메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죽자 아직 태어나지 못한 쌍둥이 아이들도 사산, 혼자 남은 아키히코가 뺑소니 차량을 향해 오토바이와 함께 몸을 던지는 것이 엔딩이다. 

하트에겐 그나마 이쁜 딸이라도 있지만 아키히코에겐 한꺼번에 모두가 떠나버렸으니... 따라 죽는게 최상의 길이라는 엔딩이 너무 맘에 든다.

 

재판된 푸른 산호초는 책을 작게 만들면서 장면들이 잘려나가 대사가 끊어진 것도 좀 있고, 책머리 소개에는 쟈넷과 크레인의 사랑이야기 인것처럼 소개했다가, 프랑크라이트학원이었다가 프랑크푸르트학원으로 바뀌었다가 뒤죽박죽이었다.

새로 재판할때 교정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돈 벌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데 김영숙의 만화를 보면 우리나라의 천민자본주의의 단면이 엿보이는 것 같아 맘이 씁쓸하다....

 

                                                <까페에 올린 글을 수정하여 다시 올린다. 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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