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작, 92년 대화 출판사에서 재판된 80년대 만화
내용 : 현대무용가 도리스 험프리의 성장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도리스는 엄마의 제자 테드 엘리엇을 늘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사랑에 빠집니다.
어느 날 도리스는 그의 집으로 초대되어 그와 춤을 추면서 그가 엄마를 향한 사랑을 담아
작곡한 곡을 입으로 연주합니다.(그를 기쁘게 하려고)
행복에 넘쳐 그 곡을 연주하는 도리스,
하지만 테드는 도리스 엄마에 대한
사랑을 견디지 못하고 도리스를 뿌리친 채 저택 벼랑에서 떨어져 자살합니다.
그리고 도리스는 테드가 엄마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립니다.
마음의 문을 닫고 발레에만 전념하는 그녀는 남다른 기량을 발휘하며 성장하고 현대발레단 데니쇼운에 입단하지만 테드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런 그녀를 구해주는 사람은 영국의 귀족 드미플리
그는
도리스에게 관심가지며 테드 엘리엇에 대해 조사한 뒤 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곡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들려주며 도리스로 하여금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내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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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가 사랑한 테드
엘리엇에 대한 기억외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옛기억이 스스륵 나더군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데니쇼운 발레단의
설립자 테드 쇼운이 나옵니다.
그는 발레단의 공동 설립자 루스 데니스의 남편으로 그녀를 무척 좋아하지만 어린 도리스에게 저절로 빠져 들고
밤마다 괴로워하는 인물로 나옵니다.(심지어는 아내와 사랑을 나눈 후에도... ^^;;;)
테드 쇼운은 생김새가 죽은 테드 엘리엇과
똑같기에 어렸을 때 저는 도리스가 테드 쇼운과 숙명적인 사랑에 빠질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보기에는 이사람이 딱 주인공 이미지인데...)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드미플리(금빛~에서 빅토리오의 머리가 짧은 상태를 생각하심 됩니다)가 등장하여 그가 마지막으로 도리스와 연결되는
남자로 나와 무척 황당했던 기억이 났어요.(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2부가 나오질 않아서 많이 기다렸던 기억도....
어렸을 때 읽고 93년에 복간된 것을 이번에 다시 읽었으니 십 몇년만이로군요.
언젠가 하루키님이 이때 김숙 만화가 절정인거
같았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번에 실감했습니다. 그림이 정말 이쁘더군요. 배경이나 주인공들의 의상이 화려함의 극치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숙님의 그림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스토리 때문에 어렸을 땐 많이 읽어댔었습니다.
로즈먼드 나의 신부여에서는 헨리
2세, 엘레노아 왕비, 그리고 토마스 베케트 추기경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모두 실존인물이기에 만화로 접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제겐 너무도
흥미로웠어요.
코코샤넬 역시 재밌게 읽었었는데 어렸을 땐 샤넬이 누군지 몰라서 그냥 만화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샤넬의
일대기더군요.
(근데 기억나는 건 왜 아드리안이 가브리엘을 배안에서 겁탈하는 장면만 기억이 나는지...쩝)
김숙님은 일본
만화를 다시 자기만의 스타일로 바꾼 대표적인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만화도 스토리의 전개가 너무 탄탄하고, 만화 중간에 도리스가
창작극으로 일본을 선택하여 춤추는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일본만화를 다시 그린 것이 아닐까 추정해봤답니다. (금빛~이나 파라오의 무덤처럼
원본을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고전순정은 단순히 로맨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살았던 역사적 배경도 나름대로
고증을 통해 상세히 풀어놓아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발푸르기스의 새벽을 보며, 2부가 제대로 나왔다면 도리스 험프리에 대해 좀더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