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16일
9시 5분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홋카이도를 향했다.
약 2시간 30분가량 비행을 한 뒤 11시 30분경 홋카이도 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는데 간단한 입국 심사 후 공항지하에 있는 JR역으로 가서 패스 교환과 동경으로 갈 야간열차를 예약하였다.
야간열차는 금연석이 이미 예매가 끝나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밤새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겠어? 하는 맘으로 기분좋게 흡연석을 예약했다
(3일 후 야간열차안에서 우리는 이 때 이맘을 무지 후회해야 했다. 그야말로 너구리 소굴,,,매케한 연기속에서 악몽같은 밤을 보내야 했다)
치토세 공항에서 바로 오타루로 가기 위해 1시 34분발 쾌속 열차를 탔다.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아~ 일본에 도착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평야에는 간혹 소들이 보이기도 했고, 이미 수확이 끝난 들판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담하게 지어진 이쁜 집들,,,, 홋카이도의 들판은 너무도 넓어 일본이 땅이 좁아 땅값이 무지 비싼 나라가 과연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시 40분경 오타루 역에 도착했는데 음,,,역이 좀 작고 촌스러워 조금 놀랬다.
역에는 우리 눈에 친숙한 롯데리아가 있었는데 롯데리아는 우리나라에만 있을거라고 왜 생각했던가? 일
본식 롯데리아를 보는 순간 왠지 우리것을 빼앗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에서 나와 한 10분정도 헤매다 숙소 오타루 그랜드 호텔에 도착했는데 호텔이 너무 좋아서 놀랬다. (아니 너무 좋았다)
간단히 짐을 두고 바로 호텔을 나왔는데 가랑비가 내린다.
이런 도착 첫날인데...비에도 아랑곳 않고 점심을 먹기 위해 걷기 시작했는데 비는 중간에 그치고 다시 해가 쨍쨍...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의 거리답게 점심먹기가 무섭다.
그래도 결국 라멘집으로 들어섰는데 된장라멘 한그릇에 680엔!
우리돈으로 7000원이 훌쩍 넘는 이 라멘은 돼지고기 육수를 얼큰하게 만들어 우리나라 면보다 조금 굵고 웨이브진 쫄깃한 면발이 담겨있었다.
첨에는 제법 맛있게 느껴졌었는데 김치없이, 그리고 고춧가루 없는 라멘을 먹으려니 중반부터는 느끼해져 결국 우리는 모두 젓가락을 놓고 말았다.
역시 우리라면이 최고야~
내가 신청한 것은 미소라멘- 우리식으로 말하면 된장라면~ 어렸을 때 아버지가 된장을 넣어서 라면을 끓여줬던 기억이 난다 ^^
라멘집을 나와 우리가 찾아간 곳은 오타루의 명물 오타루 운하!
겨울이 되면 눈 덮힌 운하가 한 경치한다고 하는데 여름에, 것두 낮에 보려니 그닥 멋있어 보이진 않았다. 책자에 야경이 멋있다 하니 야경을 기대하는 수 밖에...
운하를 따라 가다 길 건너 운하 플라자에 들렀다. 유리 공예가 특산물인 듯 여러 형태의 유리공예품들이 보였다.
그곳을 나와 길을 걷는데 건너편 바다에서 선명하게 비친 무지개를 보았다.
저렇게 선명한 무지개를 본 적이 언제지?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기억이 없다.
무지개를 보니 왠지 내 여행에 멋진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오타루 운하~ 눈이 오면 너무 이쁠 것 같다
무지개를 구경하며 19세기에 지어졌다는 건물을 구경한 뒤 도착한 곳은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알려진 유리 공예관! 이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아기자기하고 이쁜 것들을 잘 만들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의 근성이 한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유리공예관에는 전망대도 있어 전망대에서 오타루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전통이 아직도 살아숨쉬는 이곳!
곳곳에 오래된 낡은 건물이 보이고 그 건물을 현상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눈의 도시 오타루! 멀리 스키코스가 보이기도 했다.
공예관 내부 작품들
공예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타루 시내 풍경
6시 10분전 현재, 오타루의 유명한 양조장 타나카 주점에 와 있다.
6시면 문을 닫는데 양조장에서 일하는 멋진 청년은 우리에게 맘껏 구경하라고 한다(말했다기보다는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옛부터 술을 빚어온 이곳은 여전히 옛날에 사용한 도구들이 한 켠에 전시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술을 전시한 코너도 있었으며 시음코너도 있었다.
술맛은 정종맛이었는데 우리 입맛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청년이 두번째로 건내 준 와인은 부드럽고 달콤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었다.
아마 여행 마지막이었으면 한병 샀으련만 처음이라서 결국 사질 못했다.
타나카 주점 내부
타나카 주점을 나와 우리가 찾아간 곳은 구 일본 우편선 지점이다.
길을 몰라 헤매던 우리는 골목에서 한 할머니를 잡고 물었다.
친절한 이 할머니는 집으로 달려가 돋보기 안경을 가져와 지도를 보더니 직접 그곳까지 우릴 안내해 주었다. 역시 친절민족!
5시에 이미 문을 닫았기에 우린 19세기에 지어진 건물만 볼 수 있었고 건물앞에 있는 운하공원에서 잠시 놀다가 다시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운하로 왔다.
지금은 8월 중순이지만 오타루는 추워서 나는 긴 셔츠를 걸치고도 몸을 움츠리며 걸었다.
하지만 야경은 정말 멋졌다.
운하주위에 있던 창고들은 아름다운 불빛을 받아 당당히 빛나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타루의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운하 앞에 있는 i에는 긴 벤취가 하나 있었는데 책자를 보니 이곳이 조성모 뮤직비디오 가시나무새에서 이영애와 김석훈이 앉았던 자리란다. ^^)
TV에도 나올만큼 오타루의 명물이 된 이 가게는 생각보다 작고 좁았으며 전시된 아이스크림은 한 30가지 정도였다.
아이스크림 전용가게라기보다는 잡화상 같은 곳이다. 왠지 어렸을 적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와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우유가 잔뜩 들어 있고 부드럽기 그지 없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었다.
갑자기 러시아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둘다 추운 곳이라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이스크림 가게
호텔로 돌아가 쉬고 싶지만 오르골당의 야경이 이쁠거라는 일행의 말에 우리는 다시 반대로 걸었다. 아직 8시도 되질 않았는데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거리엔 가로등만이 켜져 있었다.
우리와는 너무 다르지 아니한가?
우리의 밤 문화는 지금이 시작인데,,, 낮에 우리가 걸었던 곳이 일본의 전통이 남아있는 곳이라면 이곳은, 음,,,마치 유럽같다.
내일 밝을 때 한번 더 보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침대위에 잘 개어진 유카타가 보인다.
유카타는 상당히 길었고 입어보니 편했다.
유카타를 걸친 내 모습은 왠지 어색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충격을 경험하기 위해 나는 유카타를 입고 잠이 들었다. ^^